미국 픽업트럭 수출 포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온도차

미국 픽업트럭 수출 포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온도차

최근 정부가 미국과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소폭 개정하는 수준에서 대미 통상 협상을 마무리 지었지만 개정 협상 결과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서로 다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개정된 한미 FTA는 기존 대미 철강 수출량 30% 축소와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 연장입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서로 다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바로 픽업트럭 차종의 관세 연장 부분입니다. 지난 한미 FTA를 통해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기로 했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철폐 기간을 오는 2041년까지로 20년 연장했습니다.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중요한 부분은 미국 철강 관세 폭탄입니다. 정부는 철강 관세 폭탄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픽업트럭 관세 연장 또한 수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정부 또한 픽업트럭 관세 연장을 수용한 데에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 규모가 작고 정식 출시 판매 및 미국 수출 모델이 아직까지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국내와 다르게 픽업트럭의 수요와 판매 모델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포드 F-시리즈를 시작으로 쉐보레 실버라도, 쉐보레 콜로라도, 닷지 램, 도요타 타코마, GMC 시에라 등 미국 내 수입 픽업트럭 또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수 자동차 시장의 경우 세단 차종과 SUV 차종이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의 경우 픽업트럭 차종이 월평균 15~2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기에 미국이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끝까지 놓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 올 1월 출시한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정부의 미국 픽업트럭 수출 포기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상 기존 픽업트럭 라인업이 존재하지 않은 브랜드들의 경우 이번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내수 시장에서 유일하게 픽업트럭 차종을 판매 중인 브랜드는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 입니다. 기존 코란도 스포츠를 대신해 올해 1월 새롭게 출시되었으며, 사전계약부터 높은 인기를 보여주면서 내수 시장에서의 픽업트럭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입니다.


쌍용차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은 올 1월과 2월 각각 2,585대와 2,640대를 기록하였으며, 판매량 확대로 인해 내수 브랜드 점유율 3위 자리까지 올라섰습니다.


▲ 렉스턴 스포츠 출시로 단종된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이어서 쌍용자동차는 새롭게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를 내수 시장 판매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또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 18일까지 열린 '2018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렉스턴 스포츠를 선보임과 동시에 신차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쌍용차는 올 2분기 중에 유럽과 남미 등 해외 지역으로에 수출 계획을 준비중에 있는 상태로 지난 코란도 스포츠 판매 인기를 보여준 남미 지역에 판매를 주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쌍용차는 남미 시장뿐만 아니라 북미 픽업트럭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었지만 이번 한미 FTA 협상 픽업트럭 관세 연장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결정하지 않는 한 진출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 2015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된 '산타크루즈 콘셉트'


반면 반대로 현대자동차는 현재 개발 중인 픽업트럭 모델 '산타크루즈-픽업트럭'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계획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5 디트로이트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싼타크루즈 콘셉트카는 2017년 개발 승인이 이뤄지면서 2020~2021년 본격적인 출시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픽업트럭 관세 철폐가 이뤄지는 2021년 국내 생산 공장에서 생산한 뒤 미국 시장 수출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번 정부 결정으로 인해 국내 생산 공장이 아닌 미국 현지 생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 급감한 현대자동차 '쏘나타'


▲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중인 '엘란트라(아반떼)'


만약 싼타크루즈 픽업트럭의 미국 현지 생산이 결정된다면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쉽게 결정하기에는 현대차 노조와 앨라배마 공장 생산 차종 제약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현재 준중형 세단 아반떼(엘란트라)와 중형 세단 쏘나타, SUV 싼타페를 생산중에 있으며, 2019년 투싼 생산 계획까지 준비중에 있는 상태입니다.


▲ 4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새롭게 출시된 '신형 싼타페'


연 35만 대 생산 규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의 적정 생산 차종은 4종으로 사실상 산타크루즈 픽업트럭 생산이 결정된다면 기존 모델 생산 라인을 빼야됩니다.


하지만 싼타페와 투싼의 경우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떼)는 판매량은 하락했지만 지난해 각각 13만 대, 20만 대 규모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만약 기존 4종의 차종중 1종의 차종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게 된다면 미국 판매 수익성은 기존보다 현저히 떨어지게 되며,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추가해 5종 차종 생산을 진행한다면 상품의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도 이번 픽업트럭 관세 연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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